철수 직전 플로팅 미노우로 짜릿한 버저비터! 

임남규씨는 ㈜바낙스와 아미고라인 필드스탭으로 활동 중인 전문 낚시인이다. 바다가 좋고 루어낚시가 재밌어 올해 6월부터 직접 낚싯배 키를 잡았다. 

11월 5일 모처럼 선장이 아닌 낚시인으로 돌아가 친구인 김선민 선장이 운항하는 코스모스호에 올랐다. 물때는 4물이었고, 간조가 오전 8시 30분, 만조는 오후 2시 10분경이었다.

40여분을 달려 아침 7시경 호도에 도착했다. 올가을에는 장거리인 외연열도보다 호도와 길산도 등 중거리 낚시터에서 농어가 더 잘 낚이고 있어 굳이 멀리 나갈 이유가 없었다. 어탐기에 찍힌 표층 수온은 16℃였다. 파도는 0.5~1m로 잔잔하게 일었다.  

여러 포인트에서 농어가 입질을 했지만, 수온이 다소 떨어져 루어를 단번에 덥석 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천천히 리트리브하거나 트위칭 후 충분히 스테이시켜야 훅셋으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다소 고전했지만, 공략 패턴을 찾은 뒤부터는 심심찮게 손맛을 볼 수 있었다.  

늦은 오후에는 근거리에 있는 삽시도로 이동해 남서쪽 포인트를 짚어봤다. 여기서는 점농어가 여러 마리 낚였다. 여러 곳을 돌아다니다보니 어느새 해가 수평선에 가까워져 있었다. 철수 시간이 임박해 영목항으로 들어가는 길에 마지막으로 한군데만 더 들르기로 했다. 

몇 분 뒤 낚싯배가 도착한 곳은 삽시도에서 북서쪽으로 2㎞ 정도 떨어진 간출여였다. 이곳은 지도에 이름조차 표기되지 않는 무명 포인트인데 현지 어민들은 ‘물근여’라 불렀다. 깊은 바다에 큰 암반이 솟은 지형이라 농어 자원이 풍부하고, 한때는 감성돔 포인트로도 각광을 받았다. 간조에는 간출여가 400m 정도 드러나며, 만조에도 사리 물때를 제외하면 꼭대기가 잠기지 않는다. 평균 수심은 1~3m다.  

낚싯배가 간출여 북서쪽에 자리를 잡자 낚시인들이 일제히 루어를 던졌다. 임남규씨는 이곳에서도 중치급 점농어를 한 마리 걸어냈다. 얼른 뒤처리하고 몇 번 더 루어를 캐스팅했다. 35m 정도 날린 루어를 두세 번 트위칭 했다가 스테이시켰을 때 다시 입질이 왔다. 힘차게 챔질해 훅셋시킨 다음 느긋하게 손맛을 즐겼다. 그런데 1분 정도 힘겨루기를 하다 보니 뭔가 좀 이상했다. 농어는 바늘에 걸리면 좌우로 째는 경우가 많은데, 이놈은 수중여 쪽으로 자꾸만 처박았다. 순간 일주일 전 이곳에서 농어루어를 물고 나온 감성돔이 떠올랐다. 

‘혹시 감성돔?’

3~4분 더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니 드디어 어체가 수면에 떠올랐다. 예상대로 넓적한 몸통에 반짝이는 은빛 갑옷을 두른 감성돔이었다. 얼른 뜰채에 담아 길었던 승부를 마무리지었다. 

가까이서 보니 체구가 웬만한 농어보다 컸다. 줄자로 길이를 재보니 58㎝가 나왔다. 감성돔낚시 동호인들도 쉽게 만나기 어려운 대물이었기에 임남규씨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지켜보던 김선민 선장과 낚시인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임남규씨는 감성돔이 루어에 낚인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었지만, 자신이 그 주인공이 되는 건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철수 직전 ‘버저비터’로 걸어낸 예상밖의 대물이었기에 농어 개인 기록어를 낚았을 때 못지않게 기분이 짜릿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