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F 피싱패밀리 동행 대마도 조행기
여치기에서 마릿수, 도보 포인트에선 대물
파도밭 속 연속 입질, 날씨 나빠 긴꼬리벵에돔낚시 못한 아쉬움 날려버려
3일째 되는 날 우리 일행이 낚시한 대마도 남쪽 도보 포인트. 아소만 리조트 조명철 대표가 포인트 발굴을 위해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장소로, 일본 현지민들도 거의 모르는 곳이다. 갯바위 지형이 마치 트랙터가 갈아놓은 논처럼 생겼다. 만약 우리나라에 있다면 유명한 관광지가 되고도 남았을 법 하다는 생각이 든다.
12월 18일부터 20일까지 HDF 해동조구사 박현수 부장과 이춘자 필드스탭이 주축이 돼서 활동하는 ‘HDF 피싱패밀리’ 회원 6명과 함께 대마도 벵에돔낚시를 다녀왔다. 지난 해 출조했을 때 대마도 남쪽 도보 포인트에서 해지고 나서 한시간 가량 긴꼬리벵에돔의 폭발적인 입질을 받은 바 있기에, 올해는 낚싯배 철수 시각을 다른 때보다 한시간 정도 늦춰서 초저녁 밤낚시를 시도해 볼 계획이었다. 지난 해 긴꼬리벵에돔낚시에서 잘 먹혔던 0~B 전지찌와 3호 목줄을 모두 챙겨 갔다.
18일 새벽 7시. 부산국제여객터미널은 바람이 거셌다. 우리가 탈 예정인 코비호는 정상 출항하지만, 또다른 대마도행 배편인 오션플라워호는 출항이 취소된 상태였다. 대마도에 도착해도 낚시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18일 오전 11시. 이즈하라항 입국 수속을 마친 우리 일행은 마중 나온 조명철씨가 몰고 온 버스를 타고 아소만 리조트로 향했다. 예상대로 바람이 너무 강해서 낚싯배가 뜰 수 없다고 했다. 마트에서 산 도시락으로 간단하게 점심 식사를 한 우리 일행은 아소만 안쪽에 있는 방파제 포인트로 향했다.
하지만 어지간한 태풍에도 끄덕 없다는 아소만 안쪽도 바람이 강했다. 간신히 바람을 등질 수 있는 방파제를 찾아가 낚시를 시작했다. 겨울에도 감성돔이 잘 낚인다는 그 방파제에서, 우리 일행은 몰황을 기록했다. 대물 감성돔으로 추정되는 입질을 받은 사람이 두명 있었지만, 1.5호 목줄로는 감당할 수 없는 씨알이었다.
둘째날 새벽 낚싯배에서 맞이한 일출. 배 뒤쪽에서 해가 뜨는 것을 보면 아소만 서쪽 포인트로 향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 일행이 둘째날 낚시한 아소만 서쪽 여밭. 동풍이 불 때는 이쪽 방면, 서풍이 불 때는 아소만 동쪽 포인트로 낚시를 나간다.
하루종일 30㎝급 벵에돔만 낚이다가 해질녘에야 비로소 40㎝급 벵에돔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구아 포인트에 내린 HDF 해동조구사 박현수 부장.
19일. 바람이 북동풍으로 바뀌어서 아소만 서쪽 포인트로 낚싯배로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만조가 가까워지는 데다 너울도 심해 원래 내리려던 여치기 포인트에는 배를 댈 수 없었다.
낚싯배 접안이 가능한 외딴여 세곳에 나눠 내린 우리 일행은 한사람도 빠지지 않고 마릿수 조과를 거뒀다. 군함여에 내린 이춘자씨와 박춘열씨 부부는 40여마리가 넘는 벵에돔을 낚았다. 함께 내린 윤현규씨도 벵에돔을 20여마리 낚았다. 다른 곳에 내렸던 윤재광씨와 김종문씨도 30마리가 넘는 벵에돔을 낚았다. 아소만 서쪽 여밭에는 배를 댈만한 포인트가 없어서 한참을 되돌아와 마을이 보이는 ‘마구아’라는 여에 내린 박현수씨와 필자도 30마리가 넘는 벵에돔을 낚았다.
하지만 씨알이 아쉬웠다. 40㎝가 넘는 씨알은 손에 꼽을 정도 밖에 안됐다. 그나마 40cm대 초반 씨알이었다. 초저녁에 만조가 가까워지는 물때였기 때문에 안전 문제로 밤낚시는 할 수 없었다. 긴꼬리벵에돔낚시는 시도해보지도 못했다.
철수 후에는 저녁 식사를 겸한 바비큐와 함께 술자리가 만들어졌다. 바비큐장 안 분위기는 달아올랐고 바비큐장 바깥 바람은 거세지고 있었다.
20일. 새벽에 일어나보니 바람이 더 강해져 있었다. 아침 식사 자리에서 조명철씨는 바람도 강하지만 방향이 오락가락해서 오늘은 도저히 배를 타고 갈 수 있는 포인트가 없다고 말했다. 오늘의 행선지는 남쪽 도보 포인트. 조명철씨가 도보 포인트 발굴을 위해 온 대마도를 헤집고 다니던 중에, 산 밑 바닷가로 걸어내려가 직접 발견한 포인트라도 했다. 일본 현지민들도 모르는 포인트. 그래서 포인트 명칭도 ‘조프로 포인트’.
난생 처음 보는 갯바위 지형이었다. 마치 트랙터로 갈아놓은 듯한 평지가 수백미터나 펼쳐져 있었다. 그 끝에 포인트가 있었다. 파도는 높았지만 너울이 갯바위를 타고 넘지는 않았다. 간혹 갯바위에 부딪힌 파도가 부서지며 온몸을 홀딱 적시기도 했지만, 뒤쪽이 평평한 지형이라 휩쓸릴 걱정은 없었다. 겉 보기엔 위험해도 사실은 보기보다 안전한, 그런 갯바위였다.
하지만 바람이 문제였다. 제대로 서있기도 힘들었다. 바람을 등진 갯바위 구석진 곳에서 채비를 마치고도, 누구도 선뜻 낚시를 하러 나설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외쳤다.
“뭣들 하고 있어? 고기 나오는구만!”
남자들이 모두 바람을 등지고 한숨만 쉬고 있을 때, 홍일점인 이춘자씨 혼자 바람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갯바위 가장자리로 나가 어느새 벵에돔을 한 마리 낚아서 들고 있었다. 이춘자씨의 남편인 박춘열씨가 달려나갔다.
“음마! 먼 여자가 저리 겁이 없어야. 환장하겄네”
HDF 해동조구사 필드스탭인 이춘자씨 둘째날 낚시 모습. 조금이라도 큰 씨알을 찾아 물때에 맞춰 길게 뻗은 군함여 이곳저곳을 오가며 낚시한 끝에, 해질녘 피크 타임을 놓치지 않고 씨알 좋은 벵에돔을 낚아냈다.
이춘자씨가 낚시한 군함여는 물 속에 여뿌리가 길게 뻗어 있고 조류 소통이 좋아 씨알 좋은 벵에돔과 긴꼬리벵에돔이 많이 낚이는 곳이다.
박춘열씨도 낮에는 잔 씨알 때문에 고전했지만, 해질녘에는 씨알 좋은 벵에돔을 여러마리 낚았다.
하늘에서 바라본 군함여. 대마도 아소만 서쪽 여밭에 있는 여러 포인트 중에서도 특급에 속한다.
떼고기였다. 채비를 갯바위 가장자리에 붙이기만 하면 낚싯줄이 팽팽해졌다. 찌를 볼 필요도 없었다. 너울에 이리저리 밀리는 찌는 단순히 미끼를 던지기 위한 수단일 뿐 더 이상 제 역할을 못했다.
그런데 씨알이 잘았다. 30㎝급이 계속 올라왔다. 잔 씨알에 실망한 윤재광씨와 윤현규씨는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바람과 싸우다 지친 필자와 박현수씨는 갯바위를 돌아가서 포인트 같지도 않은 곳에서 낚시를 했다. 대여섯 마리 올라오기는 했지만 씨알이 잘아 재미가 없었다. 박현수씨는 다시 바람 부는 포인트로 이동했고, 윤현규씨는 저 멀리서 혼자 낚시하며 수시로 씨알 좋은 벵에돔을 낚았다.
그 와중에도 이춘자씨와 박춘열씨는 나란히 서서 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며 낚시를 했다. 밑밥이 두시간 쯤 들어가자 굵은 씨알이 낚이기 시작했다. 40㎝급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오후부터는 5짜에 가까운 대물급도 모습을 드러냈다. 박춘열씨는 난바다를 바라보는 여와 여 사이 좁은 구역을 공략해 연속으로 대물급 벵에돔 다섯 마리를 낚아냈다.
바람통 낚시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하던 김종문씨도 씨알 좋은 벵에돔을 낚아내기 시작했다. 한번 감을 잡으니 입질은 연속으로 이어졌다. 바람은 난리도 아니었지만 모두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거센 바람에 밑밥통이 날아가 뒤집어지고, 거친 파도에 살림망이 열려 낚아놓은 벵에돔이 도망가고, 갯바위를 넘어온 갑작스런 너울에 휩쓸려 넘어지는 바람에 릴 다리가 부러지고, 파도를 뒤집어 써 온몸이 흠뻑 젖었지만, 그런 악조건에서도 벵에돔이 낚인다는 사실이 신기해서 더 재미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바람은 약해지지 않았고, 시간은 정해진 만큼 흘러 어느새 만조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파도가 심해서 자칫하면 걸어들어온 길이 잠길 수도 있는 상황. 아직 해가 지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서둘러 짐을 챙겨 온 길을 되돌아 걸어갔다. 긴꼬리벵에돔에 대한 미련 따윈 이미 없었다.
낚시는 들어올 때 보다 나갈 때 짐이 무거우면 성공한 것이다. 밑밥을 다 쓰고 고기를 낚아서 가기 때문이다. 그 날 그랬다.
다음 날도 바람이 심하게 불었지만, 철수하는 날 오전을 그냥 보낼 수 없어서 아소만 내만 갯바위로 배를 타고 나갔다. 이춘자씨와 박춘열씨는 30마리가 넘는 벵에돔을 낚았지만, 다른 곳에 내린 윤재광씨, 김종문씨, 박현수씨는 거의 입질을 받지 못했다. 그래도 별로 부러워하는 기색은 없었다. 이미 낚시로 기대할 수 있는 재미는 모두 본 다음 날이기 때문이었다.
바람을 맞으며 낚시하는 ‘HDF 피싱패밀리’ 일행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너울파도가 갯바위를 넘어오더라도 뒤쪽이 평평하고 넓어서 파도에 휩쓸려 바다에 빠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제대로 서있기도 어려울 정도로 바람이 강하게 부는 상황이었지만 대물급 벵에돔이 마릿수로 낚였다.
바닥만 보면 마치 논에서 낚시를 하는듯한 모습이지만 갯바위가 틀림없다. 오랜 세월 동안 파도에 깎여 만들어진 지형이 신기할 정도다. 갯바위 가장자리에 채비를 붙이면 연속으로 입질이 이어졌다.
바람이 이렇게 강한 곳에서는 낚시를 해 본 적이 없다는 김종문씨(피싱뱅크 대표). 처음에는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지만, 오후부터는 씨알 좋은 벵에돔을 여러마리 낚아냈다.
광주에서온 윤재광씨와 윤현규씨. 비좁은 곳에서 여러명이 낚시하는 불편을 줄이기 위해 바람을 등진 포인트로 이동해서 씨알 굵은 벵에돔을 마릿수로 낚아 왔다.
난바다를 바라보는 여와 여 사이 좁은 골창을 공략해 연속으로 대물급 벵에돔을 낚아내고 있는 박춘열씨.
“얼른 찍어요. 또 낚으러 가야제.” 만면에 행복한 웃음이 가득한 박춘열씨.
2015.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