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도는 남해동부에서 알아주는 벵에돔 명소지만 ‘긴꼬리’ 비율이 높은 편은 아니다. 본류 영향을 받는 몇몇 포인트에서 낱마리 수준으로 선보이는 정도였다. 그런데 올해는 5월 중순부터 전역에서 긴꼬리벵에돔이 터져 나오고 있다. 벵에돔과는 차원이 다른 덩치와 힘을 과시하며 진한 손맛을 안겨주기에 꾼들의 반응이 뜨겁다. 

긴꼬리벵에돔을 노린다면 갯바위에 내려 잠을 청하거나 커피를 끓이는 등 여유를 부릴 틈이 없다. 날이 새기 무섭게 등장해 물밑을 휘젓다 어느 순간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오전 4~6시, 두 시간 정도가 입질 피크타임이라고 보면 된다. 

새벽에 덤벼드는 긴꼬리벵에돔은 덩치급 일색이다. 35㎝ 안팎이 주종이고, 40㎝ 이상도 곧잘 나온다. 다만 끌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내만에서 벵에돔낚시를 하듯 1~1.2호 목줄을 썼다가 허무하게 터트리고 땅을 치는 꾼들이 허다하다. 첫 채비를 만들 때는 1.5호 목줄을 기본으로 써야 하는 이유다. 

미끼는 크릴이 좋다. 머리와 꼬리를 떼고 몸통만 바늘을 감싸도록 꿰면 된다. 긴꼬리벵에돔은 벵에돔에 비해 동물성 먹잇감을 좋아하며, 빵가루나 파래 등에는 잘 반응하지 않는다.  

새벽에는 잡어가 설치지 않아 낚시하기 편하다. 갯바위 가장자리에 밑밥을 뿌려 조류를 타고 천천히 퍼져나가도록 하고, 0(제로) 계열 구멍찌를 사용해 상층부터 중하층까지 폭넓게 탐색하면 된다. 긴꼬리벵에돔이 미끼를 덮치면 원줄을 쭉 당기는 시원스런 어신이 전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통 전방 10m 이내에서 입질이 오므로 초반 대응이 중요하다. 챔질과 동시에 강하게 버티면서 당겨내야지, 낚싯대를 숙이거나 원줄을 주는 순간 목줄이 터지고 만다. 갯바위에 내리면 먼저 물밑지형을 살펴 어디서 힘겨루기를 할 것인지를 머릿속에 그려둘 필요가 있다. 

새벽에는 벵에돔과 긴꼬리벵에돔 가리지 않고 30㎝가 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씨알이 잘아지고 입질도 예민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오전 4시부터 6시까지 집중해서 낚시하면 당찬 손맛을 볼 수 있습니다!” 

날이 밝으면 자리돔, 망상어, 용치놀래기 등 온갖 잡어가 몰려든다. 발밑에 밑밥을 뿌려 묶어두면서 멀리 공략하는 방법도 한계가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잡어가 퍼져나가기 때문이다. 크릴은 수면에 떨어지는 동시에 따먹힌다고 보면 된다. 이런 상황에선 빵가루경단만한 미끼가 없다. 

빵가루경단을 만들 때는 점도 조절이 중요하다. 가까운 곳을 노리거나 벵에돔이 상층으로 떠오른다면 다소 무르게 반죽해 바늘을 감싸는 크기로 다는 게 좋다. 반면 조류가 원활히 흐르거나 깊은 수심까지 탐색하려면 적당히 크고 차지게 뭉쳐야 한다. 

긴꼬리벵에돔에 비해 벵에돔은 입질이 무척 약다. 찌가 깜박이고 말거나 스토퍼만 움직이는 식으로 어신이 전해지므로 편광안경을 끼고 채비의 미세한 변화를 살펴야 한다. 챔질 동작도 크면 안 된다. 원줄을 팽팽하게 유지하면서 어신이 전해지는 순간 손목을 이용해 짧고 간결하게 채야 바늘걸림 확률이 높다.

갈도 벵에돔낚시는 장마철에 절정을 맞는다. 전역에서 폭발적인 마릿수가 나오며, 한낮에도 긴꼬리벵에돔이 물고 늘어진다. 초반에는 일부 포인트에서 조과가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6월 중순 이후로는 어디 내려도 화끈한 손맛을 즐길 수 있다. 

피크시즌에는 오히려 낚시인들의 손을 덜 탄 생자리가 유리할 수도 있다. 벵에돔 자원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고 경계심도 덜하므로 초보자가 마릿수 조과를 거두기에 더 낫다. 다만 긴꼬리벵에돔 위주로 노린다면 매여, 똥여, 너부렁여, 노랑바위, 욕지끝바리 등 본류 영향을 직접 받는 포인트를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