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은 유난히 포근했다. 혹독한 한파는 적었던 반면 한낮 기온이 10℃를 웃도는 날이 심심찮았다. 이처럼 따뜻한 날씨 덕분에 올해는 벌써부터 수온 상승이 본격화됐는데, 서해 역시 일찌감치 바닥을 찍고 반등을 시작해 3월 현재 예년보다 수온이 1℃ 이상 높은 상태다.
태안 당암포구 일대에서 해상좌대를 운영하는 현지 가이드에 따르면 3℃ 내외에 불과해야 할 3월 초 수온이 올해는 4.5~5℃나 된다고 한다. 또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제공하는 수온 자료를 봐도 지난해 3월 충남남부앞바다(서천ㆍ보령) 월평균 수온은 4.43℃였으나 올해는 3월 11~13일 벌써 5.2℃선까지 오른 상태다.
서해안에서 낚시 대상어가 등장하는 시기는 수온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올해는 이처럼 수온이 예년보다 높기 때문에 어종별 시즌 개막 시기가 평년보다 빠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4월 초는 돼야 본격 시즌을 맞던 우럭배낚시가 3월 초 들어 군산, 서천, 보령, 태안, 평택 등 서해안 거의 모든 지역에서 출조를 시작했다.
우럭배낚시 군산~평택에서 일제히 개막
서해 바다낚시 비수기라고 불리는 겨울에도 유일하게 출조가 이뤄지는 장르가 바로 우럭배낚시다. 먼바다에 있는 침선에서는 저수온기에도 굵은 우럭으로 쿨러를 채울 수 있다. 하지만 이 시기는 기상이 나쁜 날이 많고 낚시터가 멀어 출조가 활발하지는 않다.
본격 시즌은 낚싯배로 한 시간여 거리에서도 우럭을 낚을 수 있는 봄부터다. 올해는 3월부터 군산 직도, 어청도, 보령 외연열도를 중심으로 우럭배낚시 출조가 활기를 띠고 있으며, 4월 초면 부안 격포앞바다, 새만금방조제, 서천 홍원앞바다, 천수만 등 근거리까지 입질 구역이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럭배낚시는 보통 수심이 20~50m 정도인 해상에서 이뤄진다. 바닥은 대부분 수중여가 발달한 암반이며, 더러 인공어초나 침선도 있다. 길이가 3~4.5m인 외줄낚싯대에 전동릴을 장착하고, 바늘이 3개 내외인 외줄채비를 연결해 바닥 주변을 공략하면 입질을 받을 수 있다. 수심이 20~30m로 깊지 않은 곳에서는 라이트지깅낚싯대에 소형 베이트캐스팅릴을 연결한 참돔지깅 장비로도 낚시가 가능하다. 미끼는 미꾸라지나 오징어 살을 주로 꿰며, 주꾸미를 쓰기도 한다.
다만 평택권은 다른 서해안 지역과 우럭배낚시 패턴이 다르다. 먼저 연중 가까운 아산만 일대에서 낚시가 이뤄진다는 게 특이하다. 아산만은 삼면이 육지에 둘러싸여 있지만 낚시 여건은 중장거리 못지않다. 평택항에 정박하는 대형 함정이 오갈 수 있을 정도로 수심이 깊고, 부두, 교각, 석축 등 인공 구조물이 많아 한겨울에도 우럭이 먼바다로 빠지지 않고 머문다. 만이라는 지형적 특성으로 바람과 파도 영향을 적게 받는다는 것도 장점이다.
생미끼낚시보다 루어낚시가 활성화 돼 있다는 것도 평택권의 특징이다. 바늘이 세 개 정도 달린 밑채비에 3~4인치 그럽이나 섀드웜을 꿰고 20~40호 봉돌을 달아 만든 다운샷채비를 배 밑으로 내려 바닥층을 공략하면 입질을 받을 수 있다. 생미끼는 시즌 초반에 위력적이지만 인조미끼인 웜보다 사용하기 번거롭기 때문에 우럭 활성도가 높은 본격 시즌에는 잘 쓰지 않는다.
서해안 우럭배낚시 출조는 유명 낚싯배 출항지인 부안 격포항, 군산 비응항과 야미도항, 서천 홍원항과 마량항, 보령 오천항, 태안 신진도항, 평택 평택항 등지에서 이뤄진다. 보통 동틀 무렵 출항해 오후 2~4시경 철수한다. 배삯은 거리에 따라 제각각이다. 군산 어청도나 보령 외연열도 등 장거리 섬은 1인당 10만원이며, 아산만, 천수만 등 근거리는 6만원이다. 대다수 낚싯배에서 점심식사를 제공하며, 낚시 장비를 대여하는 곳도 많다.
3월 11일 군산 직도 해상에서 우럭 손맛을 본 여성 낚시인. 군산에서는 3월 초부터 직도와 어청도 등 장거리 섬 주변 해상에서 우럭배낚시가 이뤄지고 있다.
3월 11일 평택 아산만에서 우럭 손맛을 즐긴 꾼. 평택에서는 수온이 낮은 겨울~초봄에도 낚싯배로 30분 이내 거리인 아산만 일대에서 우럭배낚시가 이뤄진다.
먼바다 침선에서는 개우럭과 대구로 묵직한 손맛
근거리~장거리 해상 우럭배낚시가 성행하는 봄에도 먼바다 침선 출조를 선호하는 꾼들은 많다. 이유는 압도적인 조황 때문이다. 50㎝가 넘는 개우럭이 심심찮게 낚일 정도로 씨알이 굵은데다 어른 팔뚝만한 대구까지 묵직한 손맛을 선사하니 조과 면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낚싯배로 두세 시간 정도 소요되는 서해 먼바다에는 배가 가라앉아 있는 곳이 많다. 이런 포인트를 ‘침선’이라 부르는데, 여건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우럭이 무리지어 서식하는 경우가 많다.
먼바다에 있는 침선은 수심이 60~80m로 깊기 때문에 반드시 전용 낚싯대와 전동릴을 사용해야 한다. 여기에 바늘이 3개 정도 달린 외줄채비를 연결하고 100호 봉돌을 달면 채비가 완성된다. 미끼는 오징어 살이나 내장, 미꾸라지, 주꾸미를 쓰는데, 대구 비율이 높은 곳에서는 후각을 자극하는 능력이 탁월한 오징어 내장이 특효로 통한다.
먼바다 우럭배낚시 출조는 새벽 5시경 나가 오후 4~5시에 돌아오는 패턴으로 이뤄진다. 배삯은 1인당 12만원 정도며 점심 식사가 제공된다.
2월 말과 3월 초, 서천과 태안 먼바다 침선에서 거둔 조과. 먼바다 침선에서 이뤄지는 우럭배낚시는 굵은 씨알로 쿨러를 채울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수온이 낮은 겨울~초봄에는 한류성 어종인 대구도 손님고기로 심심찮게 낚인다.
태안권 해상좌대도 한 달 일찍 개장
충남 태안에서는 봄부터 가을까지 가까운 해상좌대에서 다양한 어종을 노리는 생활낚시가 성행한다. 편의성이 뛰어난 낚시 전용 시설에서 남녀노소가 함께 즐길 수 있으며 조과도 풍성하다는 게 매력이다.
태안에서 해상좌대가 가장 밀집한 곳은 당암포구 일대다. 선착장에서 5분 거리에 15곳 정도 되는 해상좌대가 운영되고 있다. 올해 당암포구 해상좌대는 3월 들어 일제히 개장했다. 초봄 조황을 주도하는 대상어는 가두리에 키우는 우럭이다. 보통 양식산도 4월은 돼야 먹이활동이 활발해지지만, 올해는 수온이 4.5~5℃로 예년보다 1~2℃나 높은 덕분에 한 달 가량 일찍 입을 열었다.
수온이 7℃ 이상 오르는 4월이면 가두리 바깥에서도 우럭, 쥐노래미, 도다리 등이 입질을 한다. 자연산 횟감이 풍성하게 낚이는 이때부터가 해상좌대낚시 본격 시즌이라고 할 수 있다.
양식산 우럭을 공략할 때는 릴찌낚시채비를 사용하는 게 효과적이다. 경계심이 강한 편이므로 외줄낚시보다 미끼 움직임이 자연스러운 릴찌낚시에 입질이 빠르다. 낚시 공간이 협소하기 때문에 낚싯대는 짧고 튼튼한 제품이 효과적이다. 채비는 3호 정도 되는 일명 소세지찌나 구멍찌에 2~3호 수중봉돌을 달고, 목줄 2호, 감성돔 바늘 4~6호를 연결해 만들면 된다. 미끼는 미꾸라지나 오징어 살을 쓰는데, 그중에서도 살아 있는 미꾸라지에 입질이 빠르다.
가두리 바깥에서 우럭, 쥐노래미, 도다리를 노릴 때는 원투낚싯대에 묶음추채비를 연결해 좌대 밑을 노리거나 멀리 원투하면 된다. 미끼는 청갯지렁이나 참갯지렁이를 꿴다.
당항포구에서는 오전 7시~7시 30분부터 해상좌대로 꾼들을 안내하는 낚싯배가 운항하며 마지막 철수는 오후 4~5시에 한다. 그 사이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 진입과 철수가 가능하다. 배삯은 성인 1인당 4만원이다.
3월 9일 태안 당암포구 일대 해상좌대에서 낚인 우럭. 초반에는 가두리에 있는 양식산 우럭을 대상으로 낚시가 이뤄지지만, 수온이 7℃ 이상 오르는 4월이면 가두리 바깥에서 자연산 우럭, 쥐노래미, 도다리를 넉넉하게 낚을 수 있다.
감성돔 출현 임박, 격포앞바다 주목해야
서해에서는 4월 말이나 5월 초에 첫 감성돔이 출현한다. 보통 남쪽에 있는 부안 격포앞바다가 가장 먼저 축포를 터트리며, 군산, 서천 등으로 차츰 입질 구역이 확대된다. 다만 천수만은 예외다. 태안, 서산, 홍성, 보령 등에 걸쳐 있는 광활한 천수만에서는 부안권과 비슷한 시기에 감성돔이 배출된다.
전북 부안 격포앞바다는 봄철 서해안에서 감성돔 조황이 가장 뜨거운 지역이다. 감성돔 출현 시기가 빠를뿐더러 대물 출현이 줄을 잇기 때문에 멀리 수도권이나 남부지방에서 원정을 오는 낚시인들도 많다.
격포앞바다에서는 4월 말이면 시즌 1호 감성돔이 낚인다. 2012년과 2013년도 4월 28일, 4월 21일에 첫 감성돔이 등장했다. 현지에서는 올해는 여러 정황상 4월 중순 이전에 시즌이 시작될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4월 초부터 탐사를 시작하겠다고 벼르는 분위기다. 봄 시즌 격포권에서는 미여도(폭격섬), 소리섬, 똥여, 명인여, 노은여 등 육지 가까이 있는 부속섬 및 부속여에서 감성돔낚시가 이뤄지는데, 그중 개막축포를 터트릴 확률이 가장 높은 곳으로는 미여도와 명인여를 꼽을 수 있다.
군산권에서는 보통 5월 초부터 감성돔낚시가 시작된다. 봄 시즌에 가장 주목해야 하는 낚시터는 개야도다. 본섬과 부속섬인 장구섬, 죽도, 취섬, 등대섬으로 이뤄진 개야도는 수심이 얕아 수온 상승이 빠르며 먹잇감이 풍부하기 때문에 유명 낚시터가 즐비한 군산권에서도 5~6월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친다. 개야도에서도 초반에는 육지와 가까운 본섬과 장구섬에서 입질이 활발하다. 5월 중순 들면 등대섬까지 전역으로 입질 구역이 확대되는데, 이때부터는 등대섬에서 대물 출현이 꾸준하다. 개야도 북쪽에 있는 연도, 신항 인근 해상에 있는 명암여방파제와 북방파제도 봄철 군산권에서 주목해야할 낚시터다.
충남 서천에서는 홍원앞바다에 있는 작은 섬과 여에서 봄감성돔낚시가 이뤄진다. 대표적인 낚시터는 큰너뱅이, 작은너뱅이, 까치여, 오력도, 개미여인데, 그중 너뱅이에서 대물 출현이 빈번하다. 큰너뱅이는 홍원항 바로 앞에 빨간 등대가 놓인 여로 홍원앞바다 최고의 감성돔 명당으로 꼽힌다. 작은너뱅이는 만조에도 잠기지는 않지만 낚시자리가 낮기 때문에 초날물~중들물에 낚시가 활발히 이뤄진다. 두 곳 모두 수심이 2~6m로 얕은 편이다.
최근 2년간 홍원앞바다는 마수걸이 감성돔을 모두 대물로 장식했다. 2012년에는 5월 8일 큰너뱅이에서 58㎝, 2013년에는 5월 16일 오력도에서 57㎝ 감성돔이 낚였다. 지난해는 감성돔 출현시기가 늦었는데, 올해는 서해 감성돔낚시가 일찍 시작될 분위기라 언제 얼마나 큰 녀석이 포문을 열지 귀추가 주목된다.
천수만에서는 4월 말이나 5월 초부터 감성돔낚시가 시작돼 6월 말까지 피크 시즌을 이어간다. 서해에서도 60㎝가 넘는 대형급 출현 횟수가 가장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지난해에도 죽도갯바위에서 릴찌낚시에 ‘6짜’가 출현해 큰 화제가 됐었다.
천수만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감성돔을 공략한다. 도보포인트나 섬 갯바위에서 릴찌낚시를 할 때는 1호 이상 되는 고부력찌 반유동채비가 효과적이다. 수심이 간조에는 불과 2~3m며 만조에도 8m를 넘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지만, 조류가 빠른 편이라 저부력채비로는 바닥층을 공략하기 어렵다.
릴찌낚시가 어려울 정도로 조류가 빠른 곳에서는 원투낚시로 감성돔을 공략한다. 원투낚시를 할 때는 길이가 긴 전용대와 4000~5000번 드랙릴을 사용한다. 대물 비율이 높고 물밑 지형이 거친 편이라 원줄, 목줄은 5호와 4호 이상으로 튼튼해야 안전하다. 미끼는 쏙이나 참갯지렁이를 꿰는데, 대물급들은 쏙에 반응이 빠르다. 쏙을 꿸 때는 바늘이 감성돔용 6~7호로 커야 한다. 봉돌은 12~16호가 적당하다.
천수만에서는 선상낚시도 성행한다. 바닥이 암반이거나, 뻘 바닥에 수중여가 듬성듬성 솟은 곳에서 원투낚시로 감성돔을 노린다. 대표적인 포인트는 간월도, 가린여, 죽도 해상이며, 강한 조류가 완만해지는 간조나 만조 물돌이 전후에 입질이 잦다.
2014.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