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채비 내리면 바늘마다 ‘주렁주렁’

현지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고성 지역에서는 2005년경부터 가자미배낚시가 시작된다고 한다. 초봄 무렵 상당량의 어구가자미가 그물에 올라오고, 다이버들이 바다를 가득 메운 어군을 목격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낚시 대상어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조황이 기대에 못 미쳤던 데다 낚시인들도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해 인기를 끌지 못했다. 하지만 바다낚시 비수기인 겨울~초봄에 상상을 초월하는 조과를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이 여러 매체를 통해 소개되면서 최근 5년 사이에 동호인 수가 급증했다. 현재는 어구가자미 시즌에 연중 가장 많은 낚시인들이 몰릴 정도로 몸값이 치솟은 상태다. 

오래 전에는 보기 어려웠던 어구가자미가 고성앞바다로 떼지어 모여드는 이유는 정확하지 않다. 수온 상승이나 먹잇감(사백어) 분포의 변화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이유야 어찌 됐건 어구가자미가 많은 꾼들에게 큰 즐거움을 주고, 낚시업계는 물론 지역 경제를 떠받치는 효자 노릇을 단단히 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설산에 둘러싸인 강원도 고성 공현진항. 공현진항은 1월부터 4월까지 어구가자미를 낚으려는 꾼들이 전국에서 모여들면서 시즌 내내 붐빈다. 

겨울~초봄은 바다낚시 비수기로 통한다. 연중 수온이 가장 낮아 대상어 종류가 적은 데다 날이 춥고 바다가 험해 낚시 여건도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시기에 최대 호황을 맞는다는 점에서도 어구가자미의 가치는 높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고급 횟감으로 알려졌을 정도로 맛도 뛰어나다. 

어구가자미는 보통 12~1월에 등장해 4~5월까지 고성앞바다에 머문다. 출현 시기가 해마다 약간씩 차이나긴 하지만 대규모 무리가 일시에 몰려들기 때문에 등장과 동시에 호황을 기록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시작된 호황은 적어도 4월까지는 이어진다. 

피크를 맞고 있는 2월초 현재는 전국에서 낚시인들이 몰려드는 상황이다. 주말에는 공현진항에만 수백명이 다녀간다고 한다.  

워낙 자원이 많은 데다 낚시방법도 쉬워 체험낚시를 하려는 사람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낚싯대를 한 번도 잡아본 적이 없는 왕초보도 5분만 설명을 들으면 풍성한 조과를 보장받는다. 선장이 어군탐지기를 사용해 포인트를 찾고 어구가자미가 머물고 있는 수심층까지 알려주기 때문에 낚시인들은 장비만 갖춰 지시에 따라 낚시를 하면 그 뿐이다. 

주의사항

공현진방파제에서는 봄에 임연수어, 가을에 고등어를 대상으로 낚시가 이뤄진다. 가을~초겨울에 감성돔도 심심찮게 낚인다. 

다른 지역에서는 보통 수심이 얕은 연안에서 가자미낚시를 하기 때문에 편대 채비에 50호 이하 가벼운 봉돌을 주로 쓴다. 하지만 고성앞바다에서는 60~120m에 이르는 깊은 바다에서 낚시를 하므로 심해 전용 장비를 갖춰야 한다. 외줄 전용 낚싯대와 전동릴이 필수인데, 없는 사람은 현지 낚시점에서 대여해 사용할 수 있다. 밑채비는 바늘이 8~10개 달린 카드를 쓴다. 경험이 많은 꾼들은 바늘을 10개 이상 달기도 하지만 초보자들은 거추장스럽기만 하므로 굳이 욕심을 낼 필요가 없다. 어피가 달린 바늘이 훨씬 유인효과가 뛰어나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어피는 반짝이는 것과 무광, 두 종류가 있는데 그날그날 잘 통하는 게 다르므로 모두 준비하는 게 유리하다. 봉돌은 공략 수심과 조류에 따라 80~100호를 단다. 

미끼는 싱싱한 청갯지렁이가 특효다. 가자미는 주둥이가 작아 통째 꿰면 오히려 불리하고 3㎝ 정도 길이로 잘라 바늘을 살짝 덮을 정도로 꿰야 한다. 

각종 장비와 소품, 미끼를 구비한 낚시점이 출항지 주변에 자리잡고 있다. 장비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 낚싯대와 전동릴을 대여해 주는 곳이 많다. 

낚시방법은 어려울 게 없다. 채비를 바닥까지 내려 봉돌이 바닥에 닿으면 릴을 한두 바퀴 감은 다음 입질을 기다리면 된다. 간혹 가자미 무리가 중상층까지 떠오르는 경우도 있으므로 바닥층에서 입질이 없으면 천천히 릴을 감아 점차 상층을 공략해야 한다. 선장이 어군탐지기를 이용해 가자미떼가 머무는 수심층을 알려주면 그 수심층을 직접 공략하는 게 효과적이다. 

처음 어신이 왔을 때 곧바로 릴을 감는 것은 마릿수를 채우는데 불리하다. 낚싯대를 천천히 들어 올리거나 오히려 원줄을 50㎝ 정도 풀어주면 나머지 바늘에도 어구가자미가 걸려들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동작을 2~3회 취한 뒤 묵직한 느낌이 들면 줄을 태운 거라 보면 된다. 어구가자미가 5마리 이상 걸려든 상황에서는 전동릴을 중속으로 감아야 도중에 떨어지는 일이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