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대 빵’ 폭탄조법 완벽한 승리

서생권에 벵에돔 자원이 무궁무진한데도 불구하고 손맛 보기가 쉽지 않은 이유가 뭘까? 여러 변수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잡어 성화와 약은 입질이다. 

서생앞바다는 동네낚시터나 다름없다. 베테랑들이 주로 찾는 여치기 포인트들조차 대부분 육지 코앞에 있기 때문에 본격 시즌에는 하루 종일 꾼들이 들락거린다. 그 만큼 많은 밑밥이 뿌려지고 주위가 소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잡어 성화는 극심한 반면 벵에돔 입질이 극도로 약은 이유다. 낚시자리 주변 수심이 3~7m로 얕고 물색이 맑은 것도 벵에돔 경계심을 높이는 요인이다. 

잡어떼를 뚫고 상대적으로 깊은 수심층에 머무는 굵직한 벵에돔을 낚기 위해 서생 단골꾼들이 고안해낸 방법이 이른바 ‘폭탄 조법’이다. ‘송편말이’, ‘벵에돔 당고’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이 방법이 처음 등장한 지도 10년이 넘었다. 처음에는 조력이 깊은 극소수 베테랑들만 쉬쉬 하며 사용했지만, 소문이 나면서 차츰 퍼져나갔다. 현재는 서생권 벵에돔낚시에서 가장 효과적인 기법으로 정평이 나 있으며, 제법 많은 사람들이 구사하고 있거나 배우려고 애쓰고 있는 상황이다.   

‘폭탄 조법’의 원리는 아주 간단하다. 미끼 크릴을 빵가루 반죽으로 감싸 잡어층을 통과하게 만든 다음, 중하층에서 반죽이 모두 풀리면 미끼가 드러나도록 해 벵에돔을 유인하는 방법이다. 잡어를 쉽게 따돌리면서도 거의 완벽에 가까운 밑밥동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폭탄 조법’의 뛰어난 효과는 취재일에도 여실히 드러났다. 기자는 벵에돔 입질이 이제 막 시작된 4월말경 취재차 서생앞바다를 찾았다. 이날 벵에돔이 붙었단 소식을 듣고 남들보다 한 발 앞서 출조한 10여명이 초반 명소로 꼽히는 골매 큰여 일대에 자리를 잡고 낚시를 했다. 기자는 벵에돔낚시 베테랑인 이채준씨와 함께 ‘직벽 자리’에 내렸다. 온라인에서 ‘밤고동’이란 닉네임으로 이름이 알려진 그는 자타가 인정하는 ‘폭탄 조법’ 전문가다.  

이채준씨는 처음부터 ‘폭탄 조법’을 사용했고 주변에 있던 다른 꾼들은 평소 자신이 선호하는 벵에돔낚시 패턴대로 낚시를 했다. 이날은 시즌 개막 직후라 그런지 수온이 아직 낮고 벵에돔 움직임도 매우 예민했다. 반면 잡어떼는 밑밥 주위로 새카맣게 몰려들 정도로 극성스러웠다. 

낚시를 시작하고 두 시간 정도 지날 때까지는 이채준씨가 잔 씨알 두 마리를 낚았을 뿐 아무도 눈에 띄는 조과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햇볕이 따듯해지고 벵에돔 활성도가 살아난 뒤부터는 ‘폭탄 조법’을 쓴 이채준씨의 ‘원맨쇼’가 이어졌다. 그가 남해안 중거리 섬에서도 쉽게 구경하기 어려운 30㎝급 벵에돔을 연거푸 낚을 동안 다른 낚시인들은 입질조차 받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은 철수할 때까지 이어졌고 결과는 ‘14대 0’ ‘폭탄 조법’의 완승이었다. 

온라인에서 ‘밤고동’이란 닉네임으로 알려진 서생권 전문가 이채준씨가 골매 큰여 ‘직벽 자리’에서 30㎝급 벵에돔과 35㎝급 긴꼬리벵에돔을 연거푸 끌어낸 모습. 크릴 미끼를 빵가루 반죽으로 감싸 잡어를 따돌리는 이른바 ‘폭탄 조법’을 사용했다. 

‘폭탄 조법’의 기본 원리는 아주 간단하지만 제대로 구사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이채준씨처럼 악조건 속에서도 돋보이는 조과를 거두려면 상당한 연습이 필요하다. 이채준씨 또한 시즌 내내 이틀에 한 번 꼴로 자주 출조하며 5년 동안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한다. 그는 미끼, 밑밥(빵가루 반죽), 채비가 최적의 밸런스를 이뤄야 하고, 캐스팅, 어신파악, 챔질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야만 비로소 입질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폭탄 조법’의 핵심은 미끼를 감싸는 빵가루 반죽의 비율과 점도를 잘 조절하는 것이다. 이채준씨의 경우 밑밥용 크릴, 벵에돔용 집어제, 빵가루를 1 : 1 : 3 비율로 섞는다. 이때 크릴은 잡어를 분리하기 위해 형체가 거의 없을 정도로 잘게 부순 다음,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문질러 완전히 분쇄한다. 반죽의 점도는 물을 어느 정도 묻혀, 얼마나 주무르느냐에 따라 결정되는데, 채비가 바닥(공략 수심)에 닿을 즈음 반죽이 완전히 풀려 미끼(크릴)가 드러나게 조절해야 한다. 이것이 익숙해지려면 연습을 많이 하는 것 외에는 왕도가 없다.

채비 구성, 캐스팅, 입질 파악, 챔질 역시 마찬가지다. 이론적인 자료는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겠지만, 현장에서 위력을 발휘할만한 실전 채비를 찾고 그것을 다루는 법을 몸에 익히려면 스스로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